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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인 더 게임

스킨 인 더 게임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내 머리로는 1회만 읽고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저자가 살면서 경험한 인생의 지혜를 단 몇일만에 깨우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고 허무할지를 생각하니 이것은 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선은 인상적인 부분만을 이야기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소수에 의한 장악 문제 ( 재규격화 집단 문제 )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민주주의에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1), 여기에서는 매우 단순화하고 우리가 가장 많이 배웠으며 널리 알려진 '다수결의 원칙'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다수결의 원칙을 주장하면서 살아왔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에도 다수결을 이야기 했고, 삶을 살아갈 때에도 소수가 되기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속하길 원한다. 또한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항상 소수를 배려해야 한다면서 함께 묶어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그러한 것을 보고, 경험하고 그리고 배웠던 나에게 있어서 민주주의란 '다수'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나의 인식에 대해 일침을 한다. 사회 속에서 다수와 소수가 관계를 맺을 경우, 그 관계는 불균형을 이룬다고 말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소수가 손해를 보는 입장에 서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수와 소수 앞에 다음과 같은 수식어가 들어가면 나의 처음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이 되어 버렸다.

 

 

"유연한 사고의 다수와 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관계를 맺을 경우, 그 관계는 불균형을 이룬다"

 

 

  적고 보면 당연한 말 같다. 소수가 양보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다수가 양보하면서 손해보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보았을 때에도 양보하는 다수보다는 양보하지 않는 소수가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비용이 크지 않다면 소수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 수요를 더 증가시킬 수 있다. 정말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실제 사례를 두고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 수동 변속기 vs 자동 변속기

  다수가 수동을 쓰고 있었으나 수동을 못 쓰고 자동만을 쓰는 소수 때문에 점차 자가용은 자동 변속기로 바뀌었다. 버스나 트럭같은 경우 특수한 사람들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수동을 유지한 것이다.

 

2) 시장 가격

  가격은 매수자와 매도자의 균형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단 한명의 매도자만으로도 가격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들면 매수자가 단순히 현재가보다 낮은 호가를 걸어 놓았고 시장가 매수자가 없을 경우, 1주만으로도 가격은 상당 수 떨어지게 된다.

 

한 명만 매도해도 9315원에서 9290원으로 떨어진다.

3) GMO vs 유기농

  GMO는 누구나 먹는다. 그러나 유기농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만약 내가 유기농만을 먹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식사에 초대하면 유기농 식사 위주로 구성시킬 것이다.

 

4) 페스트푸드

  페스트푸드. 특히 맥도날드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정말 싫어하는 소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굳이 싫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해외여행 중에도 맥도날드에 사람들이 가게 된다.

 

해외 어디에든 있는 맥도날드

5) 그 외 문화, 과학 분야들

  문화와 과학은 소수에 의한 장악이 확실한 곳이다. 한 때 대표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이 어떻게 역사의 뒤안길로 남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도 자세히 보면 그러한 경향을 띄고 있다. 레디컬 페미니즘을 외치는 양보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과 융통성있는 다수가 만나면서 점차 페미니즘이 확산되는 현상도 있고, 과거 NIMBY 현상으로 불리던 사회적 현상도 있다. 즉,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나 실제 사회는 다수결보다는 보다 굳쎈 소수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수이 양보하지 않는 소수집단으로 전체 시스템이 구성'되어있으면 앞서 설명한 문제가 덜 발생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양보하지 않는 여러 소수 집단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즉, 만약 소수의 그룹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회는 소수에 의해 장악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어쩌면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정말로 강한 중앙정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지방정부와 그들을 묶고 대표하는 중앙정부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여하튼 2부에 나온 이러한 불균형 문제는 정말 색다른 이야기였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친구들 또한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신선한 느낌을 느꼈으며 관점이 넓어졌다고 했다. 여기서 본 다른 내용은 다음 글로 넘기면서 글을 마친다.

 


(1) 테렌스 볼과 리처드 대거가 쓴 [현대 정치사상의 파노라마] 책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등 다양한 이데올로기들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모든 이데올로기는 특정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특정 장애물에 대하여 자유롭다' 라고 생각하면 편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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